[스쿨오브락-179] 1980년대 말. 당시만 해도 록음악에 테스토스테론만 뿜뿜 쏟아져 나온 시절. 록음악이 남성의 전유물이던 시절. 메탈리카, 메가데스 등 스래시메탈 밴드가 차트를 점령하던 시절.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한결같이 머리가 길었지만 '멋있다'는 느낌을 줄지언정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던 시절이었다. 울퉁불퉁 근육질의 다부진 팔뚝을 드러내고 긴머리를 헤드뱅잉하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그들은 주로 남성팬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었으며 일부 여성팬들의 지지도 이끌어냈으나 그것은 일부 마니아층에 한정된 얘기였다. 요컨대 이 시절 록팬의 주류는 남성이라고 봐도 무방했다.하지만 팬층을 넓히기 위한 요량이었는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그 시절 록에 관심이 있는 '꽃미남'이 생겨난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놀랄 만한 외모로 여심(女心)을 흔들기 시작한 록밴드가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1983년 데뷔한 본조비(Bon Jovi)의 리더 존 본 조비는 '꽃미남' 록커의 상징이라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꽃중년'으로 익어가고 있는 지금 모습도 놀랍지만 '리즈' 시절 그의 외모는 여자만큼 예쁘다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성기 시절 그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 유튜브를 보면 섹시하다, 잘생겼다는 코멘트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다. Sebastian bach 개인 유튜브 채널 캡쳐본 1987년 데뷔한 건스앤드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 역시 한 미모 하기로 유명했다. 빨간색 남방을 허리에 둘러매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금속성 하이톤 샤우팅을 지르는 모습을 남학생들은 동경했고 여학생들을 사랑했다. 전성기 그의 보컬은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20세기 최고의 보컬'이라는 찬사를 내릴 정도로 짜릿했다.개인마다 '잘생겼다'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아마 투표를 하자면 존 본 조비, 액슬 로즈보다 잘생겼다는 평가를 더 받을 또 하나의 록커가 있다. 스키드 로(Skid Row) 프런트맨 출신 서배스천 바크(Sebastian Bach)가 주인공. 캐나다 출신 바크는 193㎝의 초장신, 군살 하나 없는 호리호리한 몸매, 리즈 시절 드루 베리모어(Drew Barrymore)와 비슷하지만 더 예쁜 얼굴로 공연장에 소녀팬을 불러모으는 일등공신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1990년대 초 스키드 로가 내한공연을 왔을 당시 바크에게 쏟아진 소녀팬들의 선물이 하도 많아 비행기에 다 싣고 가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전성기 시절 미국에서도 스많은 그루피(Groupie)를 몰고 다니는 여성편력을 자랑했다. 바크와 '뜨거운 밤'을 한번 보내려는 여성팬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그 시절 바크는 술과 여자, 노는 것 모두 좋아하는 전형적인 '록스타' 캐릭터였다. 그 시절 바크가 유튜브를 시작했다면(인터넷도 없던 시기였지만) 구독자 숫자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Sebastian bach 개인 유튜브 채널 캡쳐본 최근 유튜브를 검색하던 와중에 우연히 바크가 개인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가지를 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면 너무 심한 생각이었을까. 첫째는 놀랄 만큼 변한 그의 외모다. 존 본 조비 같은 경우에는 탄탄한 몸 관리로 여전히 '꽃중년'의 미모를 과시하고 있다. 주름이 가득한 표정과 전성기만큼 카랑카랑하지 않은 목소리에서 세월의 흐름은 여실하게 느껴지지만 '역변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다.하지만 영상에서 본 바크의 모습은 달랐다. 전성기 시절 호리호리한 모습과 대비되는 효과가 더 컸을지 모른다. 193㎝ 키의 바크는 한창 활동하던 시절 70㎏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상 속 그의 체중은 족히 100㎏은 넘어 보였다. 길죽길죽했던 이미지가 사라진 자리 빈자리를 채운 것은 나이 든 '떡대남' 아저씨였다. 한때 바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아름다운 금발머리는 후덕한 얼굴을 가려주는 커튼처럼 보일 뿐이었다.또 하나 놀랄 만한 것은 구독자가 3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바크를 그리워하는 전 세계 팬들이 고작 3만명도 안 된다는 말인가. 바크의 무대를 가득 채웠던 여성팬들의 함성은 허공에 흩어졌나.아마도 독자 중에 학창 시절 바크의 사생팬을 자처한 분도 꽤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바크의 근황을 살펴보며 추억에 한번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더 흘러도 전성기 그의 꽃미모를 능가할 만한 록스타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바크와 함께 늙어가는 우리 나이도 한탄해보며 우리의 리즈 시절도 함께 추억해보자.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바크의 음악을 들으며 록스타의 꿈을 키웠던 학창시절 어느 날의 밤공기가 스쳐가는 듯하다.[홍장원 기자]▶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