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결사항전 다짐…우크라 정부 "돈바스 주민 서부로 피난하라" 촉구동남북부 진격 강화 더해 서부 등 전국서 공격 재개…"안전한 곳 없다"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크름)반도에서부터 동남북부로 이어지는 지역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 뉴스1=AFP 자료 사진(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2014년 병합한 남부 크림(크름)반도에서부터 동남북부로 이어지는 지역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2차 공세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집중 공격이 예상되는 동부 돈바스 주민들의 서부 피난을 촉구하고 나섰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돈바스 전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젤렌스키 "러군 돈바스 총공세 시작"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심야 연설을 갖고 "러시아군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돈바스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AFP 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2차 전투를 시작했다는 관측을 전하고, "아무리 많은 러시아 병사들이 몰려오더라도 끝까지 싸워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말했다.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쟁 2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 돈바스 주민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서부로 피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8년간 내전을 벌여온 유럽의 '화약고'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군의 돈바스 진격은 '올 것이 온 셈'이다.돈바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기 직전 밝힌 이번 전쟁 명분이기도 하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를 넘겨주더라도 러시아가 침공을 멈출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휴전을 위한 돈바스 포기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주 최남단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평화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결과 키이우와 북부 집결 병력을 퇴각하고 동남부 전투에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최남단인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개전 이래 러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는데, 이 지역과 돈바스를 장악할 경우 러시아는 남부 크림반도부터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함은 물론, 동남부 회랑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존 커비 미국 국방부(펜타곤) 대변인.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美, 전쟁 2막 판단 '신중'…"아직 '여건조성작전' 단계"우크라이나에 전황 분석 정보를 제공 중인 미국 당국은 러시아군의 돈바스 겨냥 2차 공세 돌입 관측에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직 '여건조성작전(shaping operations)'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많은 병력과 지원군 투입 및 지휘·통제능력 강화로 지상 작전 성공 여건을 닦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포병과 헬기, 물류를 지원하는 대대 전술부대가 최근 며칠 사이 동부 지역에 11개 추가, 76개로 늘었다. 각 그룹은 대개 700~1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미국의 군사원조 패키지 첫 수송품이 도착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밝힌 8억 달러 규모 군사 장비 등 추가 지원이 신속히 집행 중인 것이다. 아울러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2차 공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의 포격 진로를 파악하기 위한 레이더와 곡사포를 동원한 훈련이 우크라이나 외부 모처에서 수일 내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커비 대변인은 전했다.바이든 행정부는 돈바스 군사작전이 다시 집중된 점 등과 관련해 19일 동맹국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침공 속 돈바스 도네츠크 참호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옆에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북동부 주요 도시 공격 집중…크레미나 함락이날 북동부 주요 도시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민간인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최근 진격을 강화한 지역은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주 포파스나와 도네츠크 및 북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부근이다. 이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주변으로 상당수의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각지 당국 발표에 따르면 루한스크주 크레미나시에서는 대피 중이던 민간인 4명이 적군의 총에 맞고 즉사했고, 크레미나 동쪽에서 20㎞ 떨어진 도네츠크 인근에서는 민간인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북동부 하르키우도 공습을 받아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특히 크레미나가 지난 밤사이 러군에 함락됐다는 관측도 AFP는 제기했다. 크레미나는 이번 전쟁 직전 1만8000명이 거주하던 소도시다. 크레미나의 군사행정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두네츠는 라디오 돈바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흘간 전투가 지속됐고 러시아가 수많은 장갑차를 동원해 도시를 공격했다"며 "외곽에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장악 중이자 러군의 주요 군사 목표인 도네츠크 주도 크라마토르스크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크라마토르스크는 크레미나와 5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크라마토르스크로 향하는 도로 검문을 강화하고 러시아군의 예상 공격 경로 부근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얌필과 라이먼 등 인근 도시에서 보병 전투 차량과 대포, 병력 이동 등을 현장에 나간 AFP 기자가 목격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루한스크 노보드루제스크시의 주민 나디야(65)는 AFP 인터뷰에서 "아직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다. 2월24일부터 지하실에서 자고 땅바닥에 누워 지낸다"며 "물도 전기도, 돈도 휘발유도 없어 떠날 수조차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마리우폴 상황은 더 처참하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마리우폴에서 베르디얀스크, 아조우 스틸 야금 공단 등에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조프 스틸 지하실에만 노인과 여성, 아동 1000여 명이 대피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도시 르비우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4.18/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서부 르비우 민간인 첫 사망…전국 공격 강화러시아군의 공격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동남부와 동북부 인근에서 강화되는 양상이지만,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서부 르비우를 포함해 전국적인 공격 강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이날 르비우에서도 러군의 포격으로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최소 7명이 사망하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고 AFP는 전했다.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는 국경을 탈출하려는 피난민이 몰리는 곳으로, 이 지역이 공격을 받아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 목표물 16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엔 르비우 인근 창고가 있는데, 러시아는 바로 이 곳에 미국과 유럽이 전달한 무기가 집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가해진 공격이 특히 잔혹했다고 지적하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비판했다. 서부 르비우 등 전국적인 공격 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어디도 크렘린의 무자비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탄했다. 이날 그는 우크라이나 측에 EU 가입 신청 질의 관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답변서 2세트를 전달했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 절차를 서두르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몇 주 안으로 후보국 지위를 받아낸다는 결심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마티 마아시카스 주우크라이나 EU 대사에게 EU 가입 질문지를 전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