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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당시) 부인 김건희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런데 조사 장소가 검찰청이 아닌 외부였다. 심지어 검사는 경호상의 이유로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대통령경호처에 압수당했고,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황제 출장 조사'란 지적이 일었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2025년 4월 30일.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씨의 '부정청탁 의혹(김건희씨에게 청탁을 하기 위해 제3자로부터 선물을 받아 전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용의 눈 게임
사저(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김건희씨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검찰이 김씨를 소환 조사할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수사 대상은 동일한데, 검찰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그사이에 달라진 건 '윤석열' 한사람의 직책뿐이다. 2024년 7월엔 그가 현직에 있었고통큰증권방송
, 2025년 4월엔 현직이 아니었다. 수사 대상의 신분에 따라 수사 방향이 달라졌단 거다. #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가 모조리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들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바람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이버전스
내란수괴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은 극장에 버젓이 나타나 영화를 관람하고 공개적인 관람평까지 남겨 여론의 공분을 샀다. # 이같은 웃지 못할 상황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탓'만은 아니지만, 검찰이 '수사 타이밍'을 실기失期한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젠 검찰 스스로 개혁의 나팔을 불어야 하는 이유다. 검찰도 이젠 달라질 때도 됐다. '권력자의 하수인과100만원주식투자
개혁론 8편: 검찰 下(마지막)' 편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다.[사진｜뉴시스]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 법조인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문구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법가法家간접투자
철학서인 '한비자: 유도有度'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그대로 풀이하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실에 먹을 묻혀 자를 곳에 직선을 긋는 도구)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을 집행할 때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법 집행을 통해 법치가 바로 선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2200여년 전의 글귀가 지금도 법조계에 통용되는 건 그 내용이 시대를 초월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선 시대를 초월한 이 간단한 진리가 종종 외면당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視리즈를 통해 연재한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검찰편을 종합하면 대한민국 검찰은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하지만 권력자를 추종하고, 수사의 칼끝이 검사 출신 인사들을 겨냥할 때는 한없이 무뎌졌다. 심지어 공정함을 잃은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정치권 등으로 진출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한 윤석열 정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의 범죄 혐의를 수사했던 검찰의 비상식적 행태가 도를 넘어선 건 우연이 아니다.
■ 검찰의 비상식적 행태➊ 尹 구속취소 사건 = 정말 황당한 사건 몇가지를 들어보자. 최근 큰 논란이 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사건부터 보자. 일부에선 법원이 구속취소 판결을 하면 이를 존중해서 그대로 집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법원의 결정에 검찰이 장단을 맞춰주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논란은 3월 7일 윤 전 대통령 내란죄 재판을 맡은 지귀연 판사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후 시작됐다.[※참고: 일반적으로 검찰은 구속한 피의자를 최장 20일(10일+10일)간 수사한 후 기소할 수 있다. 구속기간 내에 기소하면 자동으로 구속기간을 2개월 연장한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진다. 만약 구속기간 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구속이 취소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이 판결은 문제가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 날짜로 계산해온 구속기간을 갑자기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기간 만료'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지 판사가 과거 집필에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는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가 황당한 논란거리를 만든 셈이다.



검찰은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판결에 즉시항고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그러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황당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이 즉시항고(7일 이내)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하지만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
이후 법원 판결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수감자들이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따져 구속취소 결정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일자,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각급 청에서는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일로 계산)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와 검찰이 똘똘 뭉쳐 윤 전 대통령만을 위한 결정을 했다는 얘기다.
"구속취소가 집행된 상태에서 즉시항고를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검찰 측의 해명은 이런 의혹을 더 키웠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울산지방법원이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2명을 구속취소했고, 이들은 곧 석방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즉시항고했다. 이후 한건은 기각, 한건은 인용됐다. 법원이 검찰의 즉시항고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은 셈이다. 2018년에도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자, 검찰이 즉시항고해서 풀려난 피의자가 재수감되기도 했다.
더스쿠프가 대검찰청에 최근 10년간 법원의 구속취소와 검찰의 즉시항고 건수를 문의했지만, 대검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모 언론사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후 검찰의 즉시항고 사례' 12건을 분석했는데, 이중 6건은 즉시항고 인용이었다. 1심에 불복한 즉시항고가 8건, 항소심에 불복한 즉시항고가 4건이었다.
■ 검찰의 비상식적 행태➋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검찰의 황당한 결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과정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2009년 12월부터 3년간 범죄자들이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범죄자들은 90여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가장ㆍ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 등으로 시세를 조종했다. 여기에 김건희씨의 계좌도 여러개 활용됐다. 지난 4월 3일 대법원은 일부 범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물론 대부분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2020년 4월 고발장을 접수한 지 5년 만이었다.
중요한 건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해 10월 17일 시세조종 가담 혐의 피의자인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다는 점이다. 불기소 이유는 이랬다.
"증권사 전화주문 녹취, 주범들 간 문자메시지ㆍ통화 녹취 등 물적 증거, 시세조종 관련자들의 진술과 관련 사건 판결 내용을 토대로 피의자 추가 서면조사와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 피의자가 주범들과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직접 주식 거래를 했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결정을 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에야 수사하는 시늉을 했다.[사진｜뉴시스]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했을까. 그렇지 않다. 일례로 검찰은 당시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외부 장소에서, 그것도 비공개로, 심지어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검사가 휴대전화와 신분증까지 대통령경호처에 압수당한 상태로 김씨를 조사한 게 전부다. 이 조사는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의 법 집행이 불공정했다는 거다.
특히 '김씨가 피해자'라는 식의 검찰 설명은 더 가관이다. 이로 인해 앞뒤 정황이 모두 비틀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의 주장대로 김씨가 피해자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범죄자들은 대검 검사의 부인인 김씨의 계좌를 동의 없이 주가조작에 활용한 꼴이 된다. 이렇게 대담한 범죄자가 있을까.
더구나 피해자라는 김씨는 범죄자들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도 묻지 않았다. 심지어 김씨 계좌에선 되레 수익이 났다. 피해자에겐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다. 뭔가 찜찜했는지 검찰은 지난 4월 25일 재수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윤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자 이제는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검찰의 비상식적 행태➌ 명품백 수수 사건 = '명품백 수수 사건'의 수사 과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보다 더 코미디다. 이 사건은 통일운동을 하는 최재영 목사가 2022년 6∼9월 청탁 목적으로 김건희씨에게 명품백 등 다양한 금품을 건넨 게 핵심이다. 최 목사가 명품백을 건네는 동영상이 2023년 11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동영상이 버젓이 있음에도 지난해 10월 해당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최 목사의 진술이 2차례 조사 이후 바뀌었고, 자료 제출 과정에서 카카오톡 임의 삭제 등이 있어 최 목사의 진술만으로는 청탁금지법 위반 조건인 직무관련성, 청탁 인지 여부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이로 인해 최 목사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최 목사가 명백한 동영상도 있는 만큼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수사를 해달라고 하는데도 검찰이 혐의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검찰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도 명품백 수수 사건은 재수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명백한 동영상이 있음에도 김건희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시스]





두 사건을 수사했다가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들은 최근 나란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후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거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 결정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을 거란 해석도 적지 않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 내부의 파벌 싸움에서 밀려 사표까지 낸 게 아니냐는 거다.
일부에선 "검찰 내부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이 충돌하면서 사안마다 다른 결정이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반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검찰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과연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한국갤럽이 헌법재판소ㆍ경찰ㆍ법원ㆍ중앙선관위원회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ㆍ검찰 등 6개 수사ㆍ사법기관의 신뢰도를 조사해보니 검찰 신뢰도가 26.0%로 가장 낮게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juckys@thescoop.co.kr
※편집자주: 우리는 더스쿠프 644호부터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을 연재했다. 대통령경호처, 국가인권위, 검찰 등 권력기관의 불편한 진실을 짚었다. 1편 '권력자를 정부조직이 추종하는 순간: 윤석열 파면 後 기록'에서 밝혔듯 '모든 소속 인원이 잘못한 건 아니다' '싸잡아 비판하지 말라'는 비호도 없지 않았지만, 우린 여기저기 흙탕물을 일으킨 미꾸라지 한마리를 통제하지 못한 것도 중대한 실책으로 봤다.
6ㆍ3 대선이 끝나면 이들 권력기관도 차기 정부에 맞춰 얼굴을 바꿀 거다. 그 과정에서 '친정부' 인사가 권력기관을 또다시 좌지우지할지 모른다. 視리즈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은 그 이후에 한번 더 진행할 계획이다. 그때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1부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