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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이라는 빨아들이면 눈꺼풀을 소금이나 관심도 같았다.1975년 강 목사의 제안을 계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료 정책에 주목하게 된 사실을 다룬 의사신문. 강 목사 제공어느 날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최모 성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18년 전 내가 보증을 서줬다가 수억원의 재산을 잃게 만든 이였다. 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며 장례 예배를 부탁했다. 남편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사람이니 마지막 길도 내가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도망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찾아오다니’ 싶기도 했지만, 나는 그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기로 했다.
그는 내가 무료야간진료소를 운영하던 시절 보건사회부에서 근무하던 인물로, 키도 크고 예뻤으며 일 처리 능력이 탁월했다. 내가 진료소를 떠난 뒤에도 그는 이삿짐센터 서너 해 더 남아 봉사를 이어갔다. 그 무렵부터 내가 담임으로 섬기던 동교중앙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고, 이후 가족과 함께 한누리교회까지 따라왔다.
그는 과거 청와대에서 알던 사람들과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가끔 돈 자루를 실은 트럭이 청와대를 나가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주장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디 그따위 소릴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하나. 그런 게 있어도 네 것은 안 된다, 헛것에 휘둘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남편 장례식 후 대여섯 해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던 그가 갑자기 또 전화를 걸어왔다. “백병원에 입원 중인데 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매일 아침 전화하겠으니 꼭 기도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님이 저 살려주셔야 돈 받습니다”라는 농담 같은 협박도 덧붙였 뱅크리치 다. 기가 막혔다. 그는 어김없이 매일 새벽 5시면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100일을 넘겨 120일간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살아난 최씨는 또다시 연락을 끊었다.
1년 넘게 소식이 없더니 2023년 늦은 봄 불쑥 들꽃카페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비자금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10·26 사태 이후 재테크 방법 현금과 채권, 금 등이 트럭 세 대 분량으로 반출됐고, 이 비자금을 세 사람이 나눠 각각 관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씨에 따르면 그 자금을 관리하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사망했고 이후 숨진 사람의 아내가 연락을 해왔다. 내용은 “300억원가량의 금을 매각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투자자 20명을 모았고 그들로부터 매각 마이너스대출이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 일이 잘 성사되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야 목사님께 빚진 돈을 갚을 수 있다”는 말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비자금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가십거리였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인지 확인할 길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나를 최씨는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가 얘기했던 일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또 엉뚱하게 찾아올 줄 알았는데,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체 없는 비자금의 정체만 좇던 그의 삶은 그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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