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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언제나 삐걱댄다. 다른 모든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기업 독점이 확대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마찰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망나니처럼 날뛰는 자본주의의 ‘고삐’를 죄지 않은 탓일까. 하지만 자본주가 ‘일탈’한 이유를 뜯어볼수록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돈 풀기’(이지머니)의 유혹에 빠져 몸집만 키운 정부가 자본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증거가 쏟아진다. 자본주의가 악한 게 아니백경릴게임
라 거대정부의 유혹이 자본주의를 타락시킨 주범이라는 얘기다.
<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는 25년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투자전략을 책임진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의장이 살펴본 현대 자본주의 ‘진단서’다. 월가의 투자 전설로 불리는 저자는 시종일관 경쟁과 성장이알라딘게임랜드
라는 자본주의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원흉으로 ‘정부 기능의 확대’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등장으로 뉴딜정책 이후 이어진 ‘큰 정부’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일부 부분에서만 잠정적으로 정부 확대의 속도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정부의 팽창은 멈춘 적이 없었다. 감세, 탈규제, 국영 기업 민영테마중심
화, 자유무역협정 확대, 재정적자 및 공공 부채 감축은 말만 번지르르할 뿐이었다. 대신 복지와 규제는 꾸준히 확대됐다. 큰 정부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지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기적으로 빚어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커진 ‘시장의 실패’를 질책하는 목소리는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부추겼다.
작은 정부를 공언한 정부라고 다를 게 없었다.온라인바다이야기
‘관료 체제의 파괴’를 약속한 1기 도널드 트럼프 체제는 무역 관세와 기술 기업 및 독점 기업 제한 같은 규제를 양산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규제 완화 신화’도 실상은 참담하다. 영국의 15개 규제기관 중 철도규제청부터 라디오방송청 등 12개가 대처 집권기인 1980년 이후에 설립됐다.
비대해진 정부는 자본주의의 원활한 작동주식전문가방송
을 방해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기에 과도할 정도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목청을 높이며 시장이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정부는 빈곤층을 넘어 중산층과 부유층으로 ‘사회 안전망’을 넓혔다.
위기는 정부가 몸집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1987년 ‘검은 월요일’을 수습하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이지머니 정책의 물꼬를 텄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수십억달러를 들여 채권을 사들이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긴급 대출과 구제금융을 시행했다.
필연적으로 정부 곳간은 비었다. 주요 자본주의 국가는 1970년대 초 이후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냈다. 영국은 지난 50년간 재정흑자를 낸 게 고작 다섯 번뿐이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에 한 번도 재정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듯 부채에 중독됐다. 정부의 구제책은 인위적으로 불경기의 빈도를 줄이고 강도를 낮췄다. 하지만 정상적인 시장에선 퇴출당했을 부실기업도 ‘좀비’처럼 살아남았다. 이자를 낼 돈조차 벌지 못하는 기업들이 신규 대출로 연명했다.
돈 풀기는 오히려 억만장자의 부상을 가속했고 소득 격차를 넓혔다. 세대 간 갈등도 키웠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고질병은 어떻게 고치나. 해법은 ‘간단’하다. 큰 정부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현실 속 모범답안도 있다. 최근 ‘잘나가는’ 대만의 정부 지출은 선진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GDP의 20% 미만이다. 대만의 공공부채 비율(GDP의 34%)은 선진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사람들이 몰려간 곳은 더 적은 세금과 더 가벼운 규제, 인건비 감소를 약속하는 곳이었다. 제한된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기회를 보장해야 자본주의가 성공한다. 자본주의는 하루빨리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때마침 한국 사회에서도 경제위기를 빌미 삼아 정부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책이 전하는 울림이 작지 않다.
김동욱 한경BP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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