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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못해 싶은 물음에도 난 쓰여질 씨.마당 한쪽에 작은 금낭화가 꽃을 피웠다. 재개발단지에서 우리 집에 온 지 2년이 되어서야 처음 보았다. 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그 어떤 모습이건 그대로 예쁘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아름다운 분홍빛 하트 모양의 꽃을 보자마자 내 심장도 분홍빛으로 물들어버렸다. 오래 걸렸지만,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이제야 회복을 마치고 잘 적응했구나 싶어 안심이다. 빵실하게 부풀어오른 꽃 모양이 혹여나 터질까 눈으로도 아껴 보게 된다. 이렇게 잘 지내는 모습을 꽃으로 알려주니 이제는 회복한 금낭화를 새로운 집으로 보내줘야 할 때인가도 싶다.버려진 식물을 구조해서 돌보는 것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사람의 손길 없이도 잘 자라던 식물이라 어설픈 내 손ORDA
에서도 잘 자라주는가 하면, 뿌리째 뽑혀 새로운 화분에 심기는 바람에 된통 몸살을 앓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태로운 우리의 동거가 끝이 없다고 느껴질 즈음, 이렇게 꽃을 보여주면 마침내 안도하게 된다.
공덕동 식물유치원에서 기운을 차린 식물들왕초보주식
은 ‘식물유치원 졸업식’을 통해 새 가족을 만난다. ⓒ백수혜 제공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식물들은 대부분 잠시 머물렀다 새로운 집으로 보내진다. 내 그릇이 작아 구조한 식물을 다 품을 수 없기에 필요로 하는 곳에 가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식물이라는 매개로 만나서 때로 안부를 주무료백경
고받는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도 또 하나의 선물이다. 가족으로 맞이한 식물의 근황을 가끔이라도 알려주면 감사하지만, 왠지 내가 먼저 선뜻 연락하기는 쉽지 않기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으로 지내곤 한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관 옥상 텃밭과 주민센터 앞마당에 식물을 심을 수 있었는데, 통화쌍
개인에게 식물을 전해드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공덕동 식물유치원 출신 식물을 공공장소에서 여럿이 볼 수 있다니!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향할 뻔했던 식물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에 터를 잡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한 줌의 자연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게다가 나도 원할 때 언제고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점도 그 뿌듯함에 한몫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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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식물을 나누어 주는 일은 ‘식물유치원 졸업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격월로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처럼 공공장소에 심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또 어떻게 하면 좋은 기회를 만날까 궁리하던 차에 마침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2025 서울 국제정원박람회’의 시민동행정원 하나를 재개발단지에서 데려온 식물로 꾸릴 수 있게 되었다. 정원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지만 재개발단지에서 자라던 식물이 드넓은 공원 한편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설렌다.
하지만 막상 식물을 심으려고 보니 설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구조된 식물은 화원에서 사온 것처럼 예쁘지 않은 모양일 텐데···’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할 땐 언제고 제각각의 수형으로 자란 식물을 모아두면 지저분해 보일까 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예쁜 꽃과 수려한 식물로 정원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나는 어느새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었다.
재개발단지에서 자리 잡고 싱그럽게 자라는 비비추를 하나둘 뿌리째 캐내 집에 오니 벌써 시들하다. 축 늘어진 잎이 안쓰러워 부지런히 움직이며 물을 채우고 어서 다시 기운을 되찾길 바라본다. 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며 초심을 다진다. 처음엔 비실거리고 엉성해 보이는 재개발단지의 식물이지만 늘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굳건히 살아나는 것을 벌써 여러 해 보아왔건만,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된다. 누구 하나 예쁘게 보기 힘들지언정, 최고로 멋진 모습의 식물이 아닐지언정 새로운 터전에서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정원을 가꾸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가는 시민들도 앙상하고 늘어져 있던 식물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며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 존재도 종종 비실거릴 때가 있지만, 이내 튼튼하게 회복해내곤 하니까.
백수혜 (‘공덕동 식물유치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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