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시 유력, 연방정부 인센티브법안 통과가 변수…"'민간 외교관' 더 많은 역할 열어줄 방안 고민할 시점"]삼성전자가 6개월 가까이 고심해온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2공장 투자 최종 부지를 이번주 확정, 발표할 전망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 고위 인사와 미 의회 핵심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반도체 2공장 투자를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삼성전자가 21일 밝혔다.이 부회장이 만난 인물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 파운드리 투자 문제에 대한 삼성의 입장을 백악관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주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도 "오는 23, 24일 이 부회장의 귀국 전후로 최종 부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백악관 회동은 지난 19일, 미 연방의회 의원 회동은 18일 이뤄졌다.파운드리 2공장 부지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D.C 정상회담 기간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백악관 핵심 인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의 누바 아페얀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17일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최고경영자)를 각각 만나 바이오 분야와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한미 정·재계에서는 백악관이 외국 기업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 면담을 진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현지 정가(政街)에서도"이 부회장과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이끌어낸 회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 부회장은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과의 만남에서는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에 대한 협조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의한 반도체생산촉진법(칩스 포 아메리카)으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연내 통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텔 등 미국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미국 이외 국적의 반도체업체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2공장 후보지역인 텍사스주정부 등이 10~20년 동안의 세금감면안을 제시한 데 이어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법안이 최종 변수라는 분석이 나왔다.이 부회장은 워싱턴D.C 일정을 마친 뒤 미국 서부 시애틀로 넘어가 주말인 20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아마존 경영진과도만나 반도체, 모바일,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2016년 7월 선밸리컨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만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삼성그룹 총수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 노력과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면서 삼성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은 정부가 가석방 이유로 제시했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 부회장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