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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있는 한 대형 완구점. 매장 안에는 20명 넘는 손님들로 북적이었지만,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는 단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20~40대였다. 이들 대부분은 자녀에게 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쓸 장난감을 고르고 있었다. 직장인 남성 서모(34)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와 곰돌이 키링(열쇠고리 형태의 장식품)을 구입했다”면서 “귀여운 장난감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상가. 대기업 본사와 백화점이 있어 민영주택 청약조건 행인들의 나이대가 높은 편인데, 이곳에 최근 ‘가차샵’이 들어섰다. 일본어로 ‘찰칵찰칵’이라는 뜻의 ‘가차’에서 유래한 캡슐 뽑기 기계가 늘어서 있는 매장이다. 조명이 번쩍이는 매장 안을 40대 남성이 천천히 살피며 뽑기 기계를 살펴봤다. 30초 뒤 현금을 넣고 뽑기 손잡이를 돌렸고, 캡슐에서 나온 키링을 들고 마치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 같 하나미소금융신불자대출 은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



25일 직장인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왼쪽)과 강남구 강남역(오른쪽)에 위치한 가챠샵을 둘러보고 있다. /이호준 기자


◇“피규어 찾는 어른들 많아… 진열대도 어린이·성인 따로”
상호저축은행완구 업계는 ‘대목’인 어린이날을 앞두고도 어린이가 아닌 이른바 ‘어른이(어른+어린이)’를 주요 고객으로 맞이하고 있다. 장기간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지만, 완구 시장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 성인 고객들이 꾸준히 몰려들면서 매출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0~14세 인구는 2019년 645만명에서 작년 카드사 549만명으로 5년 만에 15% 줄었다. 그러나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이 추산한 국내 완구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2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완구 업계는 성인에게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키덜트’ 취향을 노리는 것을 넘어 아예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동 인구가 감소한 햇살론추가대출 제이영컨설팅 상황에서 어른을 위한 장난감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있는 많은 완구 매장에서는 ‘귀멸의 칼날’, ‘원피스’, ‘진격의 거인’ 등 성인 팬이 많은 애니메이션 관련 피규어가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2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의 가게에 다양한 피규어가 전시돼있다. /이호준 기자


30년 넘게 완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송동호(69) 승진완구 대표는 “최근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저씨들도 가게를 많이 찾는다”며 “성인 고객 비율이 전체의 40~5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완구 매장 점주도 “피규어는 특히 어른들이 많이 찾아 진열대를 아이용과 성인용으로 나눠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 옆에서 30대 여성 고객 2명은 “짱구는 없나, 여기 있네” “와 눈 돌아가는데”라면서 피규어를 골랐다.
키링 시장도 성장세다. 집 현관문에 도어록이 설치돼 열쇠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열쇠를 거는 키링만큼은 패션 소품으로 살아남았다. 이제는 가방 꾸미기(백꾸)를 즐기는 성인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커플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경우부터 단순히 ‘귀여워서’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키링을 사는 곳은 아트박스나 다이소 등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등이다. 아트박스에 따르면 피규어와 키링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250%, 180% 증가했다. 이후에도 매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100% 넘게 뛰고 있다.



3월 24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굿즈이즈굿'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굿즈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가차샵 업주 “한 번에 30만~40만원 넣고 손잡이 돌리는 직장인도 많아”
성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가챠샵도 빠르게 늘고 있다. 캡슐 뽑기 기계는 과거 대학가 위주로 설치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직장인이 대다수인 서울 도심으로 진출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시쯤 을지로입구역 가챠샵에는 10분 동안 정장이나 캐주얼 정장 차림의 직장인 10여 명이 방문했다. 직장인 A씨는 “무인으로 운영되니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고, 원하는 제품을 한두 번 만에 뽑으면 만족감도 크다”고 말했다.
캡슐 뽑기 기계의 단점은 몇천원을 넣고 손잡이를 돌린다고 원하는 완구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나올 때까지 손잡이를 돌리기도 한다.
가챠샵 업체를 운영하는 C(47)씨는 “30~40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 자유롭게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유흥가에 있는 매장에서는 회식을 한 직장인들이 한 번에 30만~40만원씩 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완구 시장의 성인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30대와 40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기존 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취미를 당당히 소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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