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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용리  0 Comments  17 Views  25-10-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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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마지막으로 보는 걸 수도 있잖아.”
대학 때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다니던 토플 학원은 수업 후 스터디 그룹까지 알차게 꾸려주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교육 현장에서 첫 대면을 한 여섯 명의 성인들. 그곳에서 우리는 어른이 된 후 오래 잊고 있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타의로 꾸려진 소속 안에서 복닥거리며 뜻밖의 전우애를 형성하게 되는, 잔인하면서도 익숙한 풍경. 고우나 미우나 서로 출석을 챙겨주고 쪽지시험을 보고 벌금을 내는 두어 달의 생활은 기대보다 끈끈한 유매장판황금성
대감을 만들었다.
마지막 수업이 다가오자 마침내 우리는 아쉬워지고 말았다. 저녁을 먹고도 한동안 접시를 빈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미적거리다 커피라도 한잔하자며 카페로 몰려갔다. “술 안 먹을 거면 엄청 단 거 먹자. 마지막이니까.” 모임의 조장을 맡던 언니가 애써 쾌활한 목소리로 연달아 ‘마지막’을 이야기했을 때는 조금 숙연해졌다. 이제부터채널K방송
이 자리는 가볍게 웃고 애매하게 떠들다 마무리되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진지하게 여태까지의 소회를 나누고 그에 걸맞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차분한 작별의 의식을 거행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자꾸 마지막이라고 하지 마요. 또 보면 되지.”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언니는 조금 웃었다. “또 볼 거야. 그냥 지금 우리 같이 있는 슬롯총판
시간에 의미 부여를 하자는 거지.” 다들 대강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지금 이 풍경을 다시 재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 다정한 만남이라 해도 모두의 삶에서 최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 모임은 동력을 잃기 마련이라는 것을, 20대 초반이던 당시에도 난 아주 옅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도 언니환율수혜주
말대로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스크림이 올라가고 시럽까지 뿌려져 끈적끈적한, 카페에서 가장 비싼 초코 브라우니를 시켜놓고 내내 떠들었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 시간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을 기저에 깔고, 하지만 침울하지만은 않은 채로.
실제로 그 날의 저녁은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또 보자는 증권강의
다짐은 희미해져 갔지만, 마지막을 예감한 순간 그 씁쓸함을 덮을 수 있도록 아주 달콤한 것을 먹은 행위는 뇌리에 남았다. 이후에는 숱한 또 다른 인연들과 같은 역사를 반복했다.
사실 이별에는 단 게 어울린다는 건 어릴 때 일찌감치 깨우쳤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일주일 왔다 간 교생 선생님의 빈자리도 못 견뎌 하는 유약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이 썩는다며 군것질 허락에 인색했던 엄마도 내가 슬퍼할 때는 다소 너그러워졌다. 훌쩍거리면서 먹는 초코파이는 보상심리를 만족시키기 적절했다. 슬픔은 당으로 녹이는 거구나. 당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시작으로 어른이 되어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슬프면 단 것을 찾았다. 그것도 아주 끈적끈적하면 더 좋고, 단 것 위에 단 것을 추가로 얹을 수 있으면 더 좋다. 너무 과다해서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까지도 좋다.
초코 브라우니는 그런 측면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다만 식감이 포슬포슬하면 안 되고, 아주 진하고 꾸덕할수록 만족스럽다. 그래야만 온몸에 촉촉하게 깃든 감수성의 수분기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이 막힐 정도로 치밀한 식감의 브라우니를 씹고 녹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눈물을 삼키는 일조차 잊게 된다. 입천장에 너무 달라붙을 때를 대비해 아이스크림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신사역 디저트 카페 ‘쿠라우니’의 피칸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 일상에 치여 당이 떨어질 때 더할 나위가 없는 메뉴다.


‘지나치게 달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를 한 공간에서 1년 이상 지속되도록 담보해주는 학교가 없어진 스무 살부터? 혹은 기자 생활이 시발점이었을 수도 있다. 출입하는 부서는 1년 혹은 2년마다 바뀌었고, 매일 통화를 하고 가족보다 자주 밥을 먹던 취재원들과 하루아침에 헤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떤 선배들은 “기자의 출입처 변경은 이혼에 비견하는 충격”이라고 비유했다지만, 아무리 이혼이라도 대여섯 번이나 거치고 나면 담담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
어쨌든 이제 어지간한 이별로는 단 것에 취해야 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뒤따르지 않게 됐다. 감정이 쉽게 젖어들지 않으니 자연히 목 막히는 꾸덕거림에 대한 간절함도 떨어졌다. 업무의 재설정에 빠릿하게 돌입하는 것은 한국의 직장인들의 의무다. 느긋하게 단절의 아픔을 곱씹고 있을 시간이 실무적으로 부족하다.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잠시 머리를 식힌 뒤,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하러 가는 일이 더 이상 야만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브라우니의 생크림까지 남김없이 핥아 먹으며 목적 없는 대화를 지속할 수 있던 시기는 전생과도 같았다.
최근에 신사역의 한 디저트 가게에서 오랜만에 진한 초콜릿 브라우니를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얹고, 화려하게 초콜릿 시럽도 뿌렸다. 입에 넣자마자 당장 혈관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은 짙은 단맛에 헛웃음이 나왔다. 혀에 아릿한 통증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어릴 때는 어떻게 이런 것들을 질리지도 않고 즐겼을까.
당시의 나는 정말 마취제가 필요했던 게 틀림없다. 세상의 모든 이별이, 그 모든 쓰디쓴 순간들이 너무 강도가 세서 잠시라도 잊게 해 줄 무언가들이 간절했던 것 같다. 하루종일 군것질로만 혀를 마비시켜도 인생에 대한 감흥이 더 강렬했던 시절. 지금이야 제법 진득했던 인연이 떠나도 삶은 또 나아가리라고 담담한 척하는 ‘이별 경력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런 나를 변함없이 달래주는 건 진득한 초코 브라우니다.
지나쳐버리면 아쉬울 순간이라는 암시가 본능적으로 다가올 때,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면 기분 좋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별에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달콤한 브라우니를 함께 먹자던 스터디 조장 언니의 말이 그녀의 얼굴보다 더 명료하게 기억에 새겨진 이유는 그래서일 테다. 어릴 때보다 한없이 건조해져 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달콤한 진통제들이 잘 듣는 스스로를 확인하고자 종종 끈적한 브라우니를 먹는다. 아직 세상에 더 배울 게 남은 미성숙한 어른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오늘 잉크는 초콜릿은?

술을 못 해서 디저트로 2차를 가는 것을 선호하는 김지은 기자가 늘어놓는 가벼운 수다 같은 에세이입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치셨나요? 김 기자가 풀어내는 달콤한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https://www.hani.co.kr/arti/SERIES/3318?h=s)에서 만나보세요!

글·사진/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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