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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8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자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즉시항고 포기 사유로 ‘인권 보장’을 들었는데 그간 검찰은 과거사 재심 사건 등에서 ‘기계적 항고를 하지 말라’는 매뉴얼을 정해놓고도 ‘즉시항고·재항고·상고’를 반복했다. 과거사 사건 유족들은 “편파적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며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간첩조작 사건으로 고통받은 고 한삼택씨의 아들 경훈씨(63)는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즉시 우리카드사 항고 포기와 관련해 “절망감 비슷한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즉시항고에 이어 재항고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했던 아버지 사건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만 편파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씨 사건은 검찰이 불복한 대표적 과거사 재심 사례로 꼽힌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2월 전주농협 한씨에 대해 “불법감금과 전기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며 재심 권고 결정을 했다. 이후 유족이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5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즉시항고했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재항고했다. 재항고까지 기각되면서 재심이 시작됐다. 지난해 1월 재심 재판부가 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9개월여 뒤인 지난해 개인회생 급여압류 10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서 한씨 유족과 검찰과의 긴 싸움이 끝났다.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 고 진두현·박석주씨 사건에서도 검찰은 불복 절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1974년 육군보안사령부(국군방첨사령부의 전신)는 재일교포인 진씨와 박씨 등을 일본 거점 간첩단으로 몰았고 두 사람은 법정에서 각각 사형과 연이자계산법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재심에서 두 사람에게 49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유족들의 법정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씨 아들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검찰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와 관련해 “실제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인권은 어디로 가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인권을 앞세우는 이유리 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스스로 만든 매뉴얼도 어겼다. 대검찰청이 2019년 6월 제정한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에는 기계적 불복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담겼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명백한 오류가 없으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말고, 재심 개시 결정 단계에서 이미 인정된 불법구금·가혹행위 존재 판단에 대한 이의는 원칙적으로 자제할 것, 고문 등으로 증거가 조작됐음이 명백하거나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소를 제기하지 말 것’ 등이 골자다.
과거사 사건 유족들은 11일 심 총장과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을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의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기계적인 항고와 상고를 해오던 검찰이 정작 대통령 사건에서 태도가 돌변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즉시항고·재항고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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