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전 재산을 털어 넣어 차린 마카롱 가게가 망해 거액의 빚을 진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사채업자의 살인 협박을 피해 얼음 행성 ‘니플하임’으로 떠난다. 다른 이주자들과는 달리 기술이 없던 그는, 독재자 ‘마셜’(마크 러팔로)의 행성 개척단에서 독가스, 바이러스, 방사능, 신약 실험 등 위험한 작업에 투입된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복제)되는 ‘익스펜더블’로 일하며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를 만나게 된 ibk기업은행 공인인증센터 그는 어느덧 반복되는 죽음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에선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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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에서 행성 내 사람들 모두가 미키의 죽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물건 다루듯 하는 모습은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모품처럼 교체되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주인공 미키는 죽음조차 순순히 받아들이던 와중, 소상공인지원센타 자신과는 달리 ‘왜’라는 의문을 품고 시스템에 도전하려는 미키 18을 만나고, 나샤를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에서 진짜 자신을 찾는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기차의 꼬리 칸과 앞 칸을 통해, ‘기생충’에서는 지하 층과 지상 층을 통해서 계급 문제를 드러내고, ‘옥자’에선 대량 축산 시대 고통받는 생명을 다룬 바 초저금리 시대 있는 봉준호. 영화 ‘미키 17’은 봉준호의 상상력이 할리우드 자본과 성공적으로 합체된 느낌이다. 우주라는 배경과 ‘휴먼 프린팅’이라는 발상을 토대로, ‘옥자’와 ‘설국열차’를 합친 듯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 최초로 ‘멜로’ 코드를 집어 넣어, 우주에서도 여전히 지질한 캐릭터들과 척박한 환경 사이에서 싹트는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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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 순간 죽어가는 미키의 곁을 지키고, 미키 18에게 흔들리다가도 결코 17을 버리지 않으며 괴물로 여겨지는 크리퍼의 새끼를 지키는 나샤 캐릭터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도 겹쳐진다. 덜떨어진 미키의 곁을 지켜주는 유능한 요원인 나샤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 2’로 영국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나오미 애키가 연기한다. ‘옥자’에서도 활약한 스티븐 연은 깐죽거리고 얄미운 미키의 친구 ‘티모’로 출연, 밉지 않게 극의 코미디를 책임지고, 마크 러팔로는 악당이자 독재자인 ‘케네스 마셜’로 첫 빌런 연기를 선보인다.

명배우들이 선보이는 입체적인 연기와 함께, 인생 캐릭터를 만난 듯한 로버트 패틴슨의 예기치 못한 변신이 눈에 띈다. 기괴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블랙 코미디와 뛰어난 미장센 사이로 현실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감독의 장점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는다. 러닝타임 137분.
[글 최재민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0호(25.3.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