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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  윤동주 시인 명예문화박사 수여식이 열린 도시샤 대 할인이벤트 학 예배당에서 총장 핫타 에이지 교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박현국




이번 교토 여행에서 꼭 들르고자 했던 마지막 장소는 바로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캠퍼스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詩碑 전세대출 1억 )'였다. 도시샤대학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민족저항시인 윤동주가 생애 마지막으로 다녔던 학교였다. 7년 전 첫 교토 방문 당시에는 들르지 못했기에, 이번에야말로 꼭 두 눈으로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여행 일정을 확정하고 출국을 며칠 앞둔 시점에 내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올해 윤동주 시인의 순국 80주기(2 대구 아파트 전세 월 16일)를 맞아, 시인이 다녔던 도시샤대학에서 시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윤동주 시비를 보러 가기로 계획까지 세워놓은 마당에, 정작 나는 올해가 시인의 순국 80주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야만 하는 이유가 늘었다. 순국 80주년을 맞아,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필요없음 특별한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술담배를 즐기던 '보통 청년' 윤동주
1917년 중국 만주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의 전신) 졸업 후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立教大学)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그해 가을, 교토 도시샤대학 문학부 문화학과에 영어영문학 은행별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전공으로 편입학했다. 그가 존경했던 선배 시인 정지용 역시 1923년 같은 대학에 입학해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바 있다. 20년을 사이에 두고 정지용과 윤동주는 선후배의 연을 맺었던 것이다.
윤동주를 곁에서 지켜본 후배 장덕순의 증언에 의하면, 윤동주는 기독교인이었지만 일반적인 기독교인들과 달랐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면서도 담배와 맥주도 종종 입에 대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진보한 크리스천'이었다는 것.
당숙 윤영춘은 교토 유학 시절 윤동주를 아래와 같이 회고하기도 했다.

그해(1942년) 겨울 섣달 그믐날, 귀가 도중에 나는 교오또에 들렀다(필자주: 동주와 함께) 밤늦게 거리에 나가서 야시장의 노점에서 파는 오뎅과 삶아놓고 파는 돼지고기와 두부, 참새고기를 실컷 먹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밤이 깊도록 시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했다. 독서에 너무 열중해서 얼굴이 파리해진 것을 나는 퍽이나 염려했다. 6조 다다미 방에서 추운 줄 모르고 새벽 두 시까지 읽고 쓰고 구상하고... 이것이 거의 그날그날의 과제인 모양이다.
- 송우혜, <윤동주 평전>, 서정시학, 363쪽.


그는 기독교 사상에 입각하여 민족의 나아갈 길을 고민했던 저항시인이면서도, 그 나잇대 젊은이들이 으레 그렇듯 친구들과 어울려 술담배를 즐기던 보통의 청년이었다.










▲  윤동주 시인 (1942년)


ⓒ 위키피디아




그러나 도시샤대학에서의 시간은 짧았다. 윤동주가 학교를 다닌 기간은 1942년 10월부터 12월까지의 가을학기와 1943년 4월부터 7월까지의 봄학기, 두 학기에 불과했다. 1943년 7월,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고종사촌이자 단짝이었던 송몽규와 함께 일제에 체포된 것이다.

일제는 윤동주에게 송몽규와 더불어 조선인 유학생을 모아놓고 조선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을 붙여 기소했다. 일제는 이 사건을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이라 명명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1944년 3월과 4월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각각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형무소로 이감됐다. 그리고 1년 뒤인 1945년 2월 16일 윤동주는 형무소에서 원인 불명의 사인으로 순국했다. 그때 윤동주의 나이 불과 29세였다.
윤동주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후쿠오카형무소를 찾아온 유족들이 송몽규를 면회했을 당시 송몽규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감옥에서 정체 불명의 주사를 놓아 이 모양이 되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송몽규 역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3월 7일 옥중 순국했다. 송몽규의 증언은 두 사람이 일제의 '생체 실험'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윤동주의 시를 만나다

교토 지하철 이마데가와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도시샤대학 이마데가와 캠퍼스 건물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윤동주 시비를 찾아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구글맵에도 별도로 표시가 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구글맵을 켜서 '윤동주'라고 검색만 하면 친절하게 경로 안내를 해준다.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역을 나와 시비까지 가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교토 도시샤대학 이마데가와 캠퍼스


ⓒ 김경준




입구에서 정면으로 조금 걸어들어간 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니 작은 연못과 함께 두 개의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각각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비였다. 시비에는 두 시인이 쓴 <서시>와 <압천>이 한글과 일문(日文)으로 새겨져 있었다.










▲  교토 도시샤대학에 세워져 있는 '윤동주 시비'


ⓒ 김경준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교토 도시샤대학에 세워진 '정지용 시비'


ⓒ 김경준




압천(鴨川) / 정지용

鴨川 十里ㅅ벌에
해는 저믈어...... 저믈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鴨川 十里ㅅ벌에
해가 저물어......저물어......


학창시절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 한번 읽어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낯선 언어들로 가득한 이국 땅에서 친숙한 우리 말로 쓰여진 시를 마주하니 유달리 반갑고 뭉클했다. 낯선 곳에서 오랜 친구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잠시 쭈그리고 앉아 시를 찬찬히 읊었다. 식민지 청년으로서 식민모국이었던 일본에 건너왔던 청년 정지용과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느꼈을 고향에 대한 향수와 빼앗긴 조국에 대한 연민, 일제에 대한 울분을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추모객들이 놓고 간 소주와 커피들


ⓒ 김경준




미리 준비한 포스트잇에 추모의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뒤, 추모객들이 남기고 간 조화 사이에 살짝 꽂아두었다. 그리고 청년 정지용과 윤동주, 송몽규를 비롯하여 식민지 청년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그 시절의 청춘들을 위해 짧은 묵념을 올렸다.


또한 다짐했다.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부끄러워했던 청년 동주를 생각하며, 나 역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노라고.










▲  윤동주 시비에 꽂아둔 추모의 메시지. 윤동주의 시와 송몽규의 얼굴이 새겨진 포스트잇을 특별히 준비했다.


ⓒ 김경준




윤동주가 남긴 유산

귀국 후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도시샤대학 편입 전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릿쿄대에서 올가을 캠퍼스 내에 윤동주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라는 것. 릿쿄대의 니시하라 렌타 총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인연이 있고, 어떤 역사 속에 있는지를 제대로 공부한 뒤에 서로의 문화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마지막에 서로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중앙선데이> 2025년 3월 1일자 인터뷰 기사 중에서


이렇게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면, 굳은 한일관계도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청년 윤동주가 그 매개가 되어주는 것 같아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생전 많은 시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청년 동주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더할 나위 없이 크고 무겁다. 그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 윤동주·정지용 시비 주소(구글맵): 601 Genbucho, Kamigyo Ward, Kyoto, 602-0898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