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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보고서를 통해서는 또, 검찰이 소위 ‘늑장 수사’로 일관하며,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직결되는 핵심 물증이 담긴 명태균 씨의 ‘황금폰’ 압수에 고의적으로 실패한 정황도 드러났다.
윤석열 정치자금법 혐의 관련 녹음파일… 검찰, 지난해 4월 확보하고 8개월 방치 
창원지방검찰청이 창원의창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명태균 게이트’ 관련 사건의 수사를 의뢰받은 시점은 2023년 12월 13일이다.
넉 달 뒤인 지난해 4월 3일, 검찰은 ‘명태균 게 등록금대출소득공제 이트’의 공익 제보자 강혜경 씨를 불러 첫 조사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강 씨는 이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며,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진술했다.
▲지난 대선 기간 명 씨가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지방의 정치 지망생들로부터 돈을 걷은 사실과 ▲이 ‘독립자금’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이 공짜로 농협 대출상품 제공받은 사실, 즉 윤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었다.

○강혜경: 제가 알기에 당시 “독립자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중략)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독립자금”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하기까지 했습니다.●검사: 배기동과 이미영 기업은행사업 에게 받은 각 1억 2,000만 원의 돈을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말인가요.○강혜경: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강혜경 피의자신문조서(2024.4.3.)


○강혜경: 여론조사를 거의 매일 했고, 제가 결과분석표를 매일 만들면, 그 분석 국민은행 신용대출 서류 표를 가지고 거의 매일 서울로 찾아가서 윤석열과 의논을 했습니다.- 강혜경 피의자신문조서(2024.4.3.)

강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전화통화 녹음파일이 담긴 휴대전화까지 검찰에 통째로 갖다줬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2024년 4월 12일. 검찰은 강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신한카드 연체이자 포렌식해 전화 녹음파일 4,295개를 추출했다.



▲검찰 수사보고서(2024.4.12. 작성)


그런데 검찰은 이 직후부터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뒷받침하는 내용 대다수는, 대선 기간에 이뤄진 전화통화를 녹음한 파일에 담겨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 녹음파일들은 전부 제외하고, 대선 이후 기간의 전화통화 녹음파일 100여 개만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검찰 수사보고서(2024.4.22. 작성)


이에 따라 ‘명태균 게이트’ 초동 수사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녹음파일이 모조리 무시됐다.

●명태균: 돈은 모자르면은 소장한테 얘기해서 OOO이고 OOO이고.○강혜경 : 네.●명태균 : OO한테 받으면 된다.○강혜경: 알겠습니다.●명태균: 추가로 좀 받아서 남겨 돈을. ○강혜경: 네.●명태균: 그거 내가 다 돌린다고 다 공지했거든. (중략) 그럼 지금부터 매일 선거일까지 (여론조사) 돌린다.  - 대통령 선거 9일 전(2022.2.28.)


●명태균: (여론조사) 보고서 만들 때.○강혜경: 네.●명태균: 작업 다 하고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 그럼 수정 또 해야 되니까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해 줘야 돼.- 대통령 선거 9일 전(2022.2.28.)


●명태균: 그거(여론조사 결과)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 7일 전(2022.3.2.)


●명태균: 오늘 (여론조사 결과) 다 뽑아줘야 돼요. 윤석열 총장이 저 문자가 왔네. - 대통령 선거 6일 전(2022.3.3.)

모두, 윤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가리키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이를 계속 무시하던 검찰은 지난해 11월 ‘명태균 게이트’의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언론에서 폭발하자, 녹음파일 전체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검찰, 윤석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핵심 물증 앞에서 ‘늑장 수사’로만 일관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를 뭉갠 정황은 또 있다.
2024년 4월, 강혜경 씨가 제출한 녹음파일 4,295개 중 검찰이 취사 선택한 100여 개에도, 드물지만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엿볼 수 있는 정황이 나오기는 한다. 
정치자금법에 이어, 이번에는 국회의원 공천 개입, 즉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다.

●명태균: 김건희가 유일하게 (공천에)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 그거 어떻게 들통 날까 싶어가지고 지금 전전긍긍 하는 거라.- 강혜경-명태균 전화통화(2022.7.24.)


○강혜경: 대통령 선거 할 때 우리가 자체 조사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공표조사하고. 자체조사하고. 거의 뭐 매일? 하루에 막바지에는 하루에 두 번씩도 돌리고 했었거든요.●김영선: 응응.○강혜경: 그래서 이제 김건희 여사한테 본부장님(명태균)이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청구서를 만들어라 하는 거예요. 조사했던 비용하고 니 인건비하고 등등 들어갔던 거를 청구서를 만들어라 하셔가지고 만들어서 드렸었어요.●김영선: 응.○강혜경: “돈 받아올게. 꼭 받아올게.”하고 서울 가셨거든요. 그 뒤로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리고 의원님 당선되고 나서 다른 사람들 와 있는 상황에서 내가 대선여론조사하고 이리저리 해가지고 만드는 공로로 해서 의원님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얘기를 해버린 거예요.- 강혜경-김영선 전화통화(2023.5.23.)

사건 실체를 규명할 의지가 있었다면, 검찰은 곧바로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과 전화 녹음파일 등이 들어 있는 명 씨의 휴대전화, 일명 ‘황금폰’부터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등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손을 놓은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렇게 반 년 가까이가 흐른 지난해 9월 5일, ‘명태균 게이트’의 문을 여는 첫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보도 매체가 메이저 언론사가 아닌 ‘뉴스토마토’여서였을까.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찰은 추가로 한 달 가까이를 또 흘려보내다 9월 30일이 돼서야 검찰은 명 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명 씨가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업체를 찾아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복구하고, 자신의 처남을 통해 ‘황금폰’을 이미 빼돌린 뒤에서야 이뤄진 ‘뒷북’ 압수수색이었다.
정상적인 수사였다면 곧바로 명 씨의 동선을 파악해,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업체와 처남의 직장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어야 하는 검찰. 무슨 이유에선지 또 다시 늑장을 부렸다.
검찰이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업체를 압수수색한 시점은, 명 씨가 황금폰을 빼돌리고 3주가 지난 지난해 10월 14일. 명 씨 처남의 직장·자택 압수수색은 이보다도 보름이 더 늦은 지난해 10월 31일에야 이뤄졌다. 
그렇게 검찰은 황금폰 확보에 계속해서 실패했다. 결국 2024년 12월 12일, 명 씨가 스스로 검찰에 황금폰을 제출하기에 이른다. 그때까지 검찰이 한 일이라곤 명 씨를 불러 "황금폰이 어디에 있느냐"고 거듭 물은 뒤, 면담 기록을 수사보고서로 작성한 것뿐이었다. 



▲검찰 수사보고서(2024.12.1. 작성)


검찰, '증거 보물섬' 격인 명태균 '황금폰과 USB' 확보하고도 계속 침묵
이로부터 지금까지 석 달이 지났다. 검찰은 조용하다. 황금폰에는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없는 걸까. 
우선 명 씨가 제출한 USB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공개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2022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육성, 즉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물증이다. 

○명태균: 예, 명태균입니다.●윤석열: 그 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그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뭐 그렇게 말들이 많네.○명태균: 대통령님 원래, 그 하여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윤석열: 내가 하여튼 처음에 딱 들고 왔을 때부터 “야 여기는 김영선 해줘라” 이랬다고.○명태균: 대단히 고맙습니다.●윤석열: 당 내에서 하여튼 뭐. (명태균: 그런 거 없습니다.) 이거 가지고. 김영선이 그냥 4선 의원에다가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는데 좀 해주지 뭘 그러냐. 알았어요. 내가 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를 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명태균: 제가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대통령님.●윤석열: 그래 그래.-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 발표 전날(2022.5.9.)


●김건희: 여보세요?○명태균: 네네.●김건희: 네. 당선인이 저기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그냥 밀으라고 했어, 지금 전화해서. 하여튼간 너무 걱정 마세요. 잘 될 거예요. 일단은 좀 그게(김영선 공천) 중요하니까 잘 한번… 잘 될 거니까. 지켜보시죠 뭐.○명태균: 예, 고맙습니다. 예,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 발표 전날(2022.5.9.)

검찰이 자기 손으로 작성한 수사보고서 내용만 봐도 검찰의 부실 수사, 늑장 수사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은폐하고 뭉갰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명태균 특검이 시작된다면, 그간 검찰이 왜 늑장을 부리며 수사를 뭉갰는지, 그 배후에는 누가 있었는지까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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