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명절로 조업일수 감소” 설명했지만 6월부터 한자릿수로 뚝 떨어진 수출 증가율 연간 무역수지 적자 300억달러 돌파 우려도이달 들어 2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 이상 증가하며 9월에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가 이달까지 적자를 내면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8월까지 247억달러를 기록했던 무역수지 적자는 292억달러로 불어났다.정부는 9월 1~20일 수출 감소와 관련해 “추석 명절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조업일수 감소가 수출 수치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 둔화는 지난 6월부터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반도체 업황과 중국의 성장 회복세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수출 8.7% 줄어…“추석 명절 영향”관세청은 올해 9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29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관세청은 “수출액은 감소했으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증가했다”고 했다. 실제로 9월 1~20일 조업일수는 13일로 작년보다 1.5일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8% 증가했다.그러나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21.3%에서 6월 5.4%로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7월(9%)에 이어 8월(6.6%)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조업일수와 같은 단발성 이벤트로 설명하기에는 이미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 붕괴 현상이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 감소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 부진 등이 전체 수출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9월 1~20일 주요 품목별 수출액은 반도체(3.4%), 석유제품(38.8%), 선박(33.4%) 등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반면 승용차(△7.5%), 무선통신기기(△25.9%), 자동차부품(△12.3%), 철강제품(△31.6%), 정밀기기(△14.2%), 가전제품(△18.5%) 등은 감소했다. 상대국별로 보면 싱가포르(44.3%)와 말레이시아(28.4%)를 상대로 한 수출액이 증가했다. 중국(△14.0%), 미국(△1.1%), 유럽연합(△15.3%), 베트남(△13.0%), 일본(△8.3%), 대만(△12.5%), 인도(△12.2%)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이달 1~20일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370억6300만달러로 집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가 지속하면서 원유(16.1%), 가스(106.9%), 석탄(12.8%) 등 에너지 수입액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도체(11.1%), 승용차(16.5%) 수입도 늘었다. 석유제품(△36.5%), 기계류(△5.7%), 무선통신기기(△12.8%) 등의 수입은 감소했다.상대국별로는 중국(3.1%), 미국(8.3%), 사우디아라비아(32.0%), 대만(16.9%), 베트남(19.7%), 말레이시아(42.5%) 등으로부터 수입액이 증가했다. 반면 유럽연합(△8.4%), 일본(△7.6%), 러시아(△56.1%) 등에서는 수입이 감소했다.



9월 1∼20일 수출입 실적(단위: 100만달러, %) / 관세청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 292억달러수출을 웃도는 수입의 영향이 이어진 영향으로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무역수지는 11억6700만달러 흑자였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9월 20일 기준)까지 무역수지는 292억1300만달러 적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218억3700만달러 흑자였다.만약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292억1300만달러 수준에서 확정된다면, 이는 무역 통계 사상 가장 큰 적자 폭이 된다. 기존 최대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달러 적자였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청 수치가 잠정치라 향후 수치에 변동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어려운 교역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무역 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월 기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작년 12월에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2~3월에 소폭 흑자 전환했다가 4월부터 8월까지 다시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 만이었다. 9월까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 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심화한 공급난과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부동산 침체를 비롯한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한국 무역수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5월부터 적자 행진 중인 대(對)중국 무역수지를 우리나라 무역 악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는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5월 10억9900만달러 적자, 6월 12억1400만달러 적자, 7월 5억7500만달러 적자에 이어 8월에도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 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