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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농림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림부)가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을 비판한 칼럼을 문제 삼으며 정정 요구에 나서 논란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농업시설 투자에 나선 청년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피해현황을 파악해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비판 언론의 일부 표현을 꼬투리 잡는 형국이다. 청년농업인들은 농림부 대응에 조기환급 실망감을 드러내며 실질적인 피해대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4일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경향신문 칼럼 <'농업판 전세사기' 뒤통수 맞은 청년농민>에서 농림부의 갑작스러운 자금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청년 농민들에 대해 다뤘다. 정부는 청년 후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신한은행 수수료 면제 이에 3800여명이 농지를 마련하고 관련 농업시설 계약, 공사 등에 돌입했다. 정 연구자에 따르면 이들 청년농업인들은 취조 수준의 계획서가 통과돼 농협에서 대출 승인을 받은 뒤, 공신력 있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사인까지 받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했다.



▲ 24일자 임원 퇴직금 경향신문 칼럼



그런데 정부는 2024년(4000명)에 예년(2000명)보다 청년농업 지원자를 더 뽑으면서도 지원금은 줄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농림부는 기존 선착순 방식에서 평가 방식으로 지원방식을 변경하면서 전체 지원자 중 약 75%인 2836명을 탈락시켰다. 농촌에는 일 하자담보추급권 대 혼란이 벌어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농사를 짓기 위해 토지나 재배시설 등 각종 계약을 맺거나 대출을 받은 농민들이 지난해 말부터 잔금, 공사비 등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리거나 신용대출로 고율의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농사를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토지가 있더라도 실제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릴 수 없는 피해자들도 나타났고 심지어 대출금 등을 갚 청약저축 금리 지 못해 민사소송을 당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지원 여부를 번복한 농림부가 내놓은 변명은 '부실한 청년농을 걸러낸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 연구자는 칼럼에서 “정부대출 확약을 받았던 이들이 계약금은 고사하고 위약금에다 공사 잔금을 치르지 못해 소송까지 몰리며 부모형제의 신용대출까지 끌어들이는 피해가 속출했다”며 “청년농업인 자격을 얻으려면 농업 외의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제약으로 일용직을 전전하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기획재정부의 부속품처럼 굴던 농식품부가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지만 영농철이 코앞”이라며 “새파란 젊음을 밑천 삼아 농촌에서 농업으로 먹고살아보려던 청년농민들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고 비판했다.
농림부는 칼럼 중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농림부는 지난 24일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칼럼 중 “농식품부가 기획재정부의 부속품처럼 굴었다”, “청년농민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는 표현에 대해 “악의적이며 부적절하다”며 “정정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농림부는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주무부처로서 청년들이 어려움 없이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전체 지원정책과 개선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주시기 바라며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보도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림부는 지난 20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추가로 예산을 편성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후계농 육성자금 지원시 자금 상환능력과 영농역량 등을 평가해 지원하는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거나 “그 밖에도 후계농 육성자금 제도를 추가 개선하고 농지·스마트팜·주거 등 청년들의 영농 정착과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등의 입장을 내놨다.
농림부가 문제 삼고 있는 경향신문 칼럼 말고도 이번 사안은 여러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심각한 사태다. 주간함양은 지난 20일 <“이러면 누가 농촌을 찾나?”>란 기사에서 한 청년농업인이 토지를 매입했는데 정부 정책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돼 소득을 만들지 못한 채 토지가 방치되는 상황을 보도했다. 지난 21일 한국농어민신문은 <“후계농 육성자금, 선별지원 아닌 상시배정 유지해야”>에서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년농업인들의 피해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국농정신문도 지난 24일 <농촌에 오는 청년 걷어차는 '청년농 육성 정책'>이란 제목으로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농림부가 설명자료에서 밝혔듯 추가 자금지원을 마련했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 돌려막기로 자금 지원이 충분할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부실한 청년농을 걸러내는 작업이었다'는 식의 농림부의 답변을 들으면서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견'을 표명한 경향신문 칼럼에 대해 농림부가 '정정'을 요구하는 설명자료를 내자 청년농업인들이 반박문을 냈다. 청년농업인 육성자금 배정운영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다솜, 비대위)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농림부는 당초 사업 선정자들을 뽑을 당시 영농역량, 상환능력, 준비를 갖췄는지 충분히 확인하고 선정했다”며 “청년농업인들을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으며 청년농업인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가 아닐 수가 없다”고 했다.
농림부가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비대위는 “영농정착지원금을 받으면 농업 외 근로에 제한이 생기고 휴한기에 생활비를 벌기 충분하지 않으며 조건에 맞는 일자리는 일용직 말고는 구직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이 지원금으로 월세나 육성자금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없음을 감안하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70% 넘게 탈락한 것 관련) 피해복구를 위한 전수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피해복구에 힘쓰는 척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든 피해를 외면하고 본인들의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며 또다시 청년농업인들을 탓하는 점 등 문제가 있기에 (경향신문 칼럼 중) '청년농민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는 표현은 순화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0일자 KBS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유튜브 'KBS뉴스강릉' 갈무리



실제 농촌 지역에서는 중앙정부 정책 변경으로 다수 청년농업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긴급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일자 KBS강원 보도를 보면 강원도는 농어촌진흥기금 총 1000억 원 중 200억 원을 1%대 이자로 대출해주는 정책이 있는데 급한대로 이 정책을 청년농업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장흥군의회는 지난 24일 '청년·후계농업인 육성자금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농림부의 정책실패로 지자체까지 피해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농림부가 비판 칼럼에 대응하기 보다는 진정성있는 소통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대위는 “농림부는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이리저리 변경하는 한심한 행정을 당장 그만두고 신뢰를 잃은 말들로 변명하는 것을 멈추고 오는 2월5일 비대위와 간담회에서 진정성있는 사과와 구체적인 전원 일괄 피해 복구 등 실질적인 피해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거나 또다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미봉책을 내놓거나 피해사실과 동떨어진 언론보도로 피해자를 외면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면 법적·사회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