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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가장 긴 침체기를 맞았다.”
월가에선 최근 명품시장 불황에 대해 2000년대 이후 최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회사들은 명품업계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번스타인은 명품업계 매출이 올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5% 증가할 것이라던 당초 전망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명품 브랜드 이익이 연간 4000억달러어치(약 566조4000억원)씩 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 탓이다. 투자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뱅크하우스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성장치 하향 전망을 유지했다.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대다수 명품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고 고급 시계는 스위스에서 생산된다. 미국은 처음에 부과했던 높은 관세를 철회한 후 유럽연합(EU)에 일단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잦은 관세 변화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블 투신 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다시 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루카 솔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고 짚었다.



서울 한 백화점 내 루이비통 매장. 사진=연합뉴스


 관세 이 마이카대출 후 명품 가격 얼마나 오를까
일각에선 관세 여파로 명품 가격이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품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적게 줄어드는 '비탄력적 상품'의 특성을 갖는 만큼 관세의 대부분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 1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택시비 을 발표하면서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고려할 것이며 마케팅 비용도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미국 패션전문지 WWD에 따르면 20% 관세를 제품 가격에 단순 대입할 경우 샤넬 대표제품 중 하나인 클래식 플랩백 스몰 사이즈의 가격은 1만2480달러(약 1770만원)로 뛴다. 국내에선 소비자가 1497만원인 가 집합명사란 방인데 300만원 가까이 오를 수 있단 얘기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1만4400달러(약 2040만원)부터 값이 매겨진다. 국내가 895만원짜리 디올 레이디백 미디움 사이즈는 7800달러(약 1105만원)에 달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다소 극단적인 추정치로, 전문가 대다수는 명품 브랜드 가격이 4% 미만으로 조정되며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관세는 소매가가 아닌 도매가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럭셔리 제품의 도매 가격은 소매가의 약 20% 수준. 이 경우 실제 소비자가 인상폭은 최근 몇 년 동안 명품 브랜드가 일반적으로 취해온 연간 5~7% 수준보다는 낮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관세가 비용으로 추가되더라도 실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규모 대비해선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어느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준만큼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폭탄 속 살아남을 브랜드는
다만 시장이 워낙 침체된 터라 이정도 가격 인상에도 충격파가 상당할 수 있다. 특히 100% 이상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은 양대 명품 수요 시장이다.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한 명품 시장은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고 급성장해온 중국 시장이 경제 악화로 흔들리며 이미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은 명품업계의 주요 시장인 중국을 표적으로 삼아 징벌에 나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45%”라며 “지난해 이후 중국에 대한 약간의 성장세 기대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샤넬 쇼윈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 내 소비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부터 중국 명품 소비가 꺾이자 명품업체들은 북미에서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수익성마저 악화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시장은 발빠르게 움직여 미국 비중이 높은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거두고 있다. LVMH는 1개월 사이 주가가 19.85% 급락했다. 프라다(-19.34%) 케링그룹(-25.45%) 버버리(-27.69%) 등도 주가가 크게 빠졌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상장 기업으로는 LVMH(25%), 케링그룹(24%) 순이다.
다만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는 좋은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클리프 아펠과 까르띠에, 피아제 등을 산하 브랜드로 둔 리치몬트도 관세 부과 이후에도 부정적 여파를 덜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이나 미국 시장 비중이 작고 몇 년 새 다른 브랜드들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을 덜 올린 브랜드들이다. 에르메스는 명품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2021년 이후 가격을 6차례 인상했다. 같은 시기 샤넬이 14번 가격 조정을 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리치몬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투자은행 TD 코웬이나 씨티은행 등은 럭셔리 부문에서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에르메스, 리치몬트 등을 꼽으면서 가격 인상 여력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TD 코웬의 애널리스트 올리버 첸은 이들 브랜드가 지난 2년 동안 다른 명품 브랜드만큼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면서 "가격 대비 가치가 유지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