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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예은·박병국 기자] “이제는 편히 지내시라.”
지난 4월 유모(56)씨와 신모(74)씨가 각각 자택과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이들의 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무연고 사망자. 유씨와 신씨 생애에 마지막 덧대진 행정기록이다. 유씨와 신씨는 살아생전 한번도 서로를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함께했다. 숨진 후 차가운 안치실에 놓인지 두달 만이다.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찾은 경기도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 2층 ‘그리다’ 빈소에서 이들의 태풍관련주
합동장례식이 열렸다. 문상객도 없고 죽음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빈소내 영정 액자도 텅비어있다. 누구도 고인의 생전 사진을 건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기자를 비롯 장의업체 직원과 서울시의 장례 위탁을 받은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이 전부다. 고인이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는지는 빈소에 선 누구도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생애스캘핑기법
는 생몰년도로만 기억됐다.
이수연 나눔과나눔 실장이 고인에 대한 소개하며 장례는 시작됐다. “유○○님은 1969년 생으로 2025년 4월 23일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주소지는 서울 구로구입니다. 유○○님의 유골은 화장 후 승화원의 유택동산에 산골(유골을 화장한 후 흩뿌리거나 묻는 장례방식)될 예정입니다. 신○○ 님은 1950년생으로 지난황금성공략법
4월21일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주소지는 서울시 중구입니다. 신○○ 님의 유골은 화장 후 승화원 내 유택동산에 산골될 예정입니다. 유○○ 님과 신○○ 님의 삶을 생각하면서 잠시 묵념하겠습니다.”
자원봉사자 1명이 상주 역을 맡았다. 다른 자원 봉사자들이 절을 올렸다. 장의업체 관계자는 밥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꽂는 의식인 계반삽시(啓飯插고배당주식
匙)를 했다.
마지막 장례 절차인 조사낭독은 본지기자가 진행했다. “당신이 간절히 소망했던 모든일들, 못다 이룬꿈들 살아오면서 서운했던 모든일들 함께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에 모인 우리가 당신을 배웅할 수 있게 돼 반가웠습니다.”
장례의식은 15분 만에 마무리됐다.
시신을 화장장사조오양 주식
까지 운구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이 관 앞에 대기했다. 운구 전용 통로에서 승화원 내부로 향하는 관을 천천히 밀었다.
두 사람의 시신은 22번, 23번 화장터로 배치됐다. 빈소에서도 나란히 모셔진 두 사람은, 화장될때도 함께 했다.
오전 10시 23분께 시작된 화장은 1시간만에 끝이났다.
이후에는 수골작업이 이어졌다. 수골은 시신에서 뼈를 수거하는 것이다. 봉사자들은 수골 작업이 이뤄지는 1층으로 향했다. 염불봉사자들은 그 앞에 지전을 두고 불경을 외웠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염불봉사자 B씨(74세)는 “장례봉사를 9년째 이어오는 중”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책임짐으로써 어느 무연고보다는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씨 시신에 대한 수골이 먼저 진행됐다. 고인의 유골에서는 보철물이 발견됐다. 직원은 봉사자들에게 “따로 빼겠다”고 허락을 구한 뒤 유골가루만 한곳에 모았다.



서울시립승화원에 있는 유택동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13일 장례를 치른 신모씨와 유모씨의 유골을 산골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유골함은 얇은 보자기로 감싸져 승화원 내 유택동산으로 향했다. 유택동산은 여러 고인의 유골을 한 곳에 모아 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단형 안치시설이다. 유택동산은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다른 화장터의 유골도 함께 묻힌다.
장의업체 직원이 제단의 뚜껑을 연다. 고인의 유골은 한줌 씩 뚜껑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바람이 불어 하얀 뼛가루가 허공에 휘날렸다. 이들은 두 손 위에 유골을 올릴 때마다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고인들의 유골함 앞에 있던 지전도 태웠다. 추도사 낭독부터 산골까지, 장례식은 2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됐다.
‘그리다’ 빈소에서는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치러진다. 하루에 4~6명의 고인이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중에서 참석자가 오지 않는 경우는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742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1445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젊은 무연고 사망자도 상당하다. 지난 한해 연고 없이 숨진 20~30대는 총 18명이다.
무연고 사망자가 모두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1인가구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신씨와 유씨처럼 가족이 있어도, 시신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지난해 숨진 무연고 사망자 1445명중 1141(78.9%)도 시신인수가 거부돼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관계단절(877명), 경제문제(128명) 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주된 이유다. 관계단절 역시 지급해야할 장례비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장사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639명을 설문조사했을 때 장례부터 장묘까지 당시 총 장사(葬事) 비용은 평균 1380만 8000원이다. 10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장례비용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고인의 수급 여부에 따라 공영장례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고인이 일반 무연고 사망자일 경우 인당 지원금액은 214만8000원이며 저소득 무연고 사망자에게는 236만5000원이 지원된다. 유씨와 신씨는 모두 기초생활 비수급자로 저소득 무연고 사망자보다는 적은 비용이 지원됐다.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2층 ‘그리다’ 빈소에서 무연고 사망자 유모씨와 신모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자원봉사자들이 고인의 마지막길에 예를 다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